한판 사투(死鬪)라기 보다, 한폭의 그림 같다.
물고기 제 깐에야 온힘으로 버티며 사투를 벌이는 모양새지만, 몇십년 견지낚시를 해온 노인(고전선박
제작 장인 손낙기 옹)에겐 당할 제간이 없다. 한손으론 노를 젓고 한손으론 견지채를 풀었다 끌었다 하
는 모습은 고도의 기술을 넘어 예술에 가깝다.
햇빛 스펙트럼이 부서질 듯 목계나루를 비추고, 등 돌린 낚거루(전통 낚싯배)와 노인은 그곳이 마냥 편
안한 듯 물에 흐르고 또 물길을 거스른다. “먹고 살라고 했지 뭐”라고 말하는 노인은 그 와중에도 손
놀림이 바쁘다.
그리곤 이내 신이 났다. 배 아래로 위로 물수제비를 뜨면서 무언가 달려오는 걸 보니 제대로 걸렸나 보
다. 낚싯대 길이만한 누치를 낚아채곤 신이 났다. 칠순 노인은 일곱 살 미소를 보인다. “이 맛에 하는
거여…. 이 맛에.”. “눈치(누치) 한 마리만 잡히면 추운 것도 모르고 힘든 것도 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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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노인을 아이로 만들고, 스무살 청년을 도통한 신선으로 만드는 견지낚시 |
한때 플라이낚시가 유행처럼 번졌던 때가 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포스터처럼 강물에 서서 낚시를
던지는 그림은 보기만 해도 운치있고 평화로워 보인 게 사실.
하지만, 견지낚시를 즐기는 이들 열에 아홉은“낚시대 크기만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건 견지낚시 밖
에 없다”며 이내 견지낚시 자랑에 열을 올린다. 오묘하지만, 과학적이라고, 단순하지만 지혜롭다고 말
한다. 견지낚시 찬가라 할만하다.
견지낚시.그 매력이 무엇이길래 칠순 노인을 아이로 만들고, 스무살 청년을 도통한 신선으로 만드는 걸
까. <한국민속전통견지낚시협회>의 도움말로 견지낚시에 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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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견지낚시는 여울견지와 배견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울견지는 사람이 낚시대와 소량의 미끼
, 안전 장구를 갖추고 직접 흐르는 물에 하체부분까지 몸을 담그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배견지는
소량의 미끼와 낚시대, 안전 장구를 갖추고 배를 타고 흐르는 물에서 어느 한부분에 배를 고정 시켜 배
위에 앉아 여유롭게 고기를 잡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 사슬낚, 챌낚, 얼음낚 등 여러 종류의 견지낚시법이 있었지만 오늘날엔 몇몇 원로들에 의해 명
맥만 간신히 유지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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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견지채를 살펴보자.
옛 견지채에는 명주 세올실 한타래를 감
았고 길이는 30발(대략 50m)가량이다.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줄에는 옻을 먹여
사용했으며 마찰열을 줄이기 위해 견지
채 섶대엔 절피를 감았다. 하나부터 열
까지 모두 사람손을 거쳐 만들어 진다.
다음은 낚시 기법에 관한 얘기다. 견지
낚시의 대표적인 기법은 사슬낚, 삼봉낚
, 흘림낚으로 나뉜다. <한국민속전통견
지낚시협회>의 설명을 기초로 정리했다.
《사슬낚》… 기술을 넘어, 예술같고 마술같은 외노에 외견지 |
얼음이 얼지 않은 하천에서 낚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노를 저어 이동하며 낚시를 연속적으로 한다. 고기
가 모여있을만한 강바닥의 낚바탕(포인트) 골을 찾아 이동해 드리우고 잡아당기고를 반복해 고기 몸 아
무 곳에나 꿰어 잡는 낚시다.
미끼없이 서너개의 낚시(바늘)와 추를 이용하는 상당히 고되고 숙련을 필요로 하는 낚시 기법이다.전후
좌우 물길을 따라 또 물길을 거슬러 노를 저으면서도 한손으론 낚시바늘을 드리우고 잡아당기기를 반복
해 물고기를 잡는다. 흔히들 "(미끼 없이) 훌쳐당긴다" 표현한다.
기술만 갖춰지면 큰 홍수때와 결빙기를 제외하고는 아무 때나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
재는 사라진 견지기법이다.
《삼봉낚》…"잔인혀? 먹고 살려니까 이렇게라도 잡아야지. 허허" |
삼봉낚은 한겨울 얼음이 두텁게 언 강
이나 호수에서 이뤄지는 낚시형태다.
얼음 구멍을 뚫은 뒤 바닥엔 삼발이 형
태를 띤 자작 삼봉낚 바늘을 가라 앉히
고, 어신(물고기가 미끼에 입질을 할때
찌나 낚싯대에 전달되는 움직임)을 감
지키 위해 물에 뜨는 가벼운 나무 재질
로 찌를 만들어 사용했다.
방한을 위해 썰매 위에 앉아서 어신이
오길 기다렸다가 찌가 흔들리는 방향을
보곤 물밑에서 고기가 움직이는 방향을
감지해 채낚는 방식이다.
물고기의 어느 부위건 상관없이 채낚는다고 한다. 사슬낚과 마찬가지로 주 대상어는 잉어. 남한내의 한
수 이북과 북한의 대동강 수계에서 많이 사용했던 낚시 기법이다.
《흘림낚》… 누치야, 잉어야. 밑밥향이 좋더냐.
네 녀석들 덕분에 뻐근한 손맛 제대로구나! |
흐르는 물에 닻으로 배를 고정 시키고 미끼를 사용하는 견지기법.
봄부터 늦가을까지 행해졌던 견지낚시이며 현재도 청평 인근에서 많은 견지인들이 즐기고 있다. 명맥을
이어 오고 있는 견지낚시중 가장 일반화 돼 있는 방법이다. 예전에는 미끼로 메뚜기, 귀뚜라미, 거머리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곤충이나 생물을 사용했다. 요즘은 요즘은 파리의 유충인 구더기를 양
식해서 미끼로 쓴다.
물고기를 모으기 위해 밑밥용으로 사용하던 작은 그물주머니는 썰망 혹은 설망이라고 한다. 흘림낚으로
잡는 고기는 누치, 잉어, 붕어, 끄리, 강준치, 모래무지 등 여러 종이 낚인다. |
《장어잡이》…힘좋은 장어도 명주실엔 젬병일세! |
뭉이대라 하는 간단해 보이는 막대가 장어잡이의 결정적(!) 도구다. 움켜쥔 손 안에서 막대가 자유자재
로 움직일 수 있도록 타원형으로 깎아 두었다. 이 뭉이대로 장어를 잡을 수 있는 적기는 장마가 다녀가
큰 물이 나간 다음 물이 가라 앉을 무렵.
방법은 이렇다. 장어가 몰려 있는 곳을 찾아 뭉이대 끝에 말지렁이 30마리 정도를 꿰어 달아 물속에 드
리우면 장어가 득시글득시글 몰려들어 지렁이를 물게 된다. 이때 장어의 날카로운 옥니가 명주실에 걸
려 뭉이대 끝에 대롱대롱 달려 올라온다는 것.
전통 낚싯배인 낚거루(마상이) 제작기술 보유자인 편수 손낙기 선생의 표현에 의하면 “한참 때는 잡는
게 아니라 장어를 뽑아 올렸다”고 한다. 그정도로 뭉이대 장어 잡이가 잘됐다는 의미다. |
◎준비물~!
견지채, 낚시대, 줄패, 낚시줄, 봉(추),
미끼, 낚시찌, 낚시바늘.
◎미끼는 요런 것
구더기, 담수새우, 말거머리, 물지네,
미꾸라지, 송사리, 땅강아지, 잠자리,
애벌레, 메뚜기, 귀뚜라미, 고등어살,
개구리살, 지렁이, 말지렁이, 청지렁
이, 들깻묵밥, 곡물류 등.
◎대상어종
붕어, 잉어, 납자루, 모샘치, 몰개,
참마자, 누치, 어름치, 새미, 배가사
리, 모래무지, 끄리, 눈불개, 피라미, 갈겨니, 강준치, 살치, 종개, 미유기, 종어, 동자개, 빙어, 숭어,
, 꺽지, 쏘가리, 농어, 구굴이, 무치, 가물치 등 어종 구분없이 다양하다.
◎낚시줄
삼줄, 면사, 명주실, 말총(말꼬리털) 등을 사용했다.
◎견지 낚시터
홍천강 수산유원지, 한강 잠실 수중보, 대청호 보조댐, 충주 목계나루, 단양고수대교 여울
금강유원지, 임진강 임진교, 한강 늪실여울 등.
한국민속전통견지낚시협회( www.ktga.or.kr ) 02-2281-0424
한국견지낚시협회( www.gyeonji.net )
개여울( www.gaeyeoul.com )에서도 견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자료·도움말: 한국민속전통견지낚시협회 ※사진 속 인물은 고전선박 제작 장인 손낙기 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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