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강 가족 견지
한여름에 가장 각광받는 낚시는 뭐니 뭐니 해도 여울견지가 일등이다. 시원한 강물에 몸을 담구고 낭창거리는 견짓대로 각종 강고기의 입질을 받다보면 어느새 더위는 저만치 날아가고 심지어는 한기를 느끼기까지 한다. 붕어나 감성돔낚시처럼 빈바구니로 돌아갈 일도 없고, 처음 해보는 이들도 피라미 정도는 손쉽게 낚을 수 있어 가족 피서낚시로 이만한 게 없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이준오(47)씨는 틈만 나면 견짓대를 들고 강가로 달려가는 견지 마니아다. 그래서 그는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않는다’고 식구들의 원성을 자주 듣는다. 이때 가족들의 불만을 말끔히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도 바로 견지낚시다. 낚시꾼 아빠는 당연히 낚시로 점수를 따야한다는 것이 이씨의 지론이다.
아이들도 PC게임보다 견지 좋아해
이준오씨 가족이 홍천강으로 출발한 6월27일, 예보와는 달리 하늘은 청명한 날씨를 선사했다. 요즘 PC게임에 재미를 붙이던 성현(17)이와 성은(12)이도 여름견지의 묘미를 일찌감치 알고 있던 터라 신이 나서 차에 올랐다. 목동에 있는 믿음교회 전도사인 부인 정은희(42)씨도 교회활동 때문에 평소에는 같이 못 다녔지만 오늘만큼은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이라 시원하게 뚫린 내부순환도로와 북부간선도로를 이용하니 마석까지 1시간이 채 안 걸렸다. 마석에서 홍천강을 제집 드나들 듯 한다는 김우진씨와 합류해 그가 안내하는 포인트로 내달렸다.
가족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가평군과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널미재 중턱의 해장국집(박스기사)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해장국 한 그릇씩을 뚝딱 해치우고 길을 재촉했다. 물에 들어가려면 체력이 달리지 않게 미리 배를 든든하게 채워둬야 오랫동안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견지꾼들은 다른 낚시꾼들에 비해 먹는 것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차가 멈춘 곳은 홍천군 서면 모곡리에 있는 청구여울 상류. 김우진씨 말로는 전문꾼들은 대물 누치를 노려볼 수 있고, 초보자나 아이들은 연안에서 피라미나 마자, 끄리 손맛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방갈로나 식당, 민박이 모여 있는 유원지와 5백m 정도 떨어져 있어 비교적 한적했다.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에 주변 그늘이 없어 어떡하나 걱정했더니 응원 차 온 한국견지낚시협회 김석범 고문이 간이천막을 쳐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줬다. 잠시 후에는 이씨의 조우 박상순씨도 부인과 딸 소윤(8)이를 데리고 현장에 도착해 어느새 대가족 출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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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도 즐기고, 간식은 피라미튀김
“너무 세게 하지 말고, 위로 살짝 당겼다. 반 바퀴 풀어주면서 다시 내려야지….”
여울에 몸을 담그고 견짓대를 흔드는 아이들의 스침질이 부자연스러워 보이자 아빠 이준오씨가 얼른 자세 교정에 들어간다. 그 사이에 벌써 엄마 정은희씨는 알록달록한 혼인색으로 치장한 불거지(피라미 수컷)를 낚아내며 한껏 손맛을 즐기고 있다.
씨알 좋은 피라미를 살림망에 넣고 다시 정은희씨가 채비를 20m쯤 흘렸을 때 갑자기 타닥거리며 낚싯줄이 설장을 몇 번 탔다. 견짓대의 휨새와 힘쓰는 것으로 봐서 누치가 틀림없다. 한동안 즐거운 실랑이를 벌인 끝에 올라온 놈은 40㎝가 넘는 누치를 칭하는 대적비.
아이들도 마자와 피라미를 낚는 재미에 푹 빠져 물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도저히 추워서 견딜 수 없을 때쯤 잠깐 나가서 몸을 덥히고 다시 강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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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특별히 준비해간 오겹살 구이에 갖은 야채와 밑반찬이 어우러져 풍성하게 차려졌다.
낚시터에서 먹는 음식 치고는 정말 진수성찬이었다. 그리고 입질이 가장 뜸했던 오후3시까지는 저마다 나른한 오후의 달콤한 오수를 즐겼다. 낮잠을 자고나서 모자(母子)는 다시 피라미와 씨름하러 물로 들어갔고, 아빠 이준오씨는 모처럼 나온 나들이라 가족들에게 별미를 맛보게 해주겠다며 피라미 손질에 나섰다. 이씨가 준비한 요리는 향긋한 향이 함께 어우러지는 피라미 깻잎말이 튀김. 마침 오겹살을 싸 먹으려고 준비해온 깻잎이 많이 남아 있어서 재료도 걱정 없었다.
예전부터 낚시테크닉 보다는 깻잎말이 튀김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튀김 고수 박상순씨도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피라미에 깻잎 옷을 예쁘게 입혔다.
“와~ 맛있겠다!”
모양부터가 먹음직스러운 피라미 깻잎말이 튀김은 아이들이 더 좋아했다. 그 많던 피라미 튀김이 모두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동쪽에서 몰려온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주변 정리를 서둘러 마치고 일행들이 각자 차에 오르자 곧바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기가 막힐 정도의 정확한 타이밍에 하늘이 오늘 출조를 도왔다는 감사한 마음을 품고 가족꾼들은 귀갓길에 올랐다.
가는 길
서울에서 46번 경춘국도를 타고 남양주를 거쳐 춘천 방면으로 진행한다.
마석을 12km 지난 곳에서 우회전해 신청평대교를 건너 설악방면으로 좌회전, 10㎞ 정도 가면 신천리삼거리다. 여기서 86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홍천방면으로 직진한다. 14㎞ 정도 가면 나오는 작은다리(한서교)를 건너기 직전에 좌회전해 3백m 가다 도로 우측 자갈길로 내려가 작은 개울을 건너 비포장도로로 2백m 가면 청구여울 상류가 나온다. 승용차도 들어갈 수 있으나 간혹 바퀴가 빠지는 수가 있으니 차가 다녔던 흔적을 잘 보고 진입한다.
글 사진 윤문기 기자 (munki@chosun.com)